순례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압도되는 느낌이 있다.
매일 하루종일 걸으며 마음을 수련하고 인생을 돌아보는 일이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버킷리스트에 적어놨었다.

근런데 버킷리스트에는 부작용도 있다.
원하는 것을 버킷리스트에 정리해두면 언젠가 할 것으로 잊지 않게 정리해두었다는 후련함도 있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니 그 일을 이루기 위해 당분간은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핑계가 되기도 한다.
순례길도 그런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근데 그렇게 두면 영영 언제갈 지 모를 것 같아서 좀 더 구체적으로 찾아보기로 했다.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면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순례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물건들을 채운 짐 가방을 메고 길을 걷는다.
매일 걷고, 매일 숙소가 바뀌기 때문에 그 짐을 계속 들고 이동해야 한다.
그 상태로 하루에 10킬로미터, 20킬로미터, 때로는 그 이상을 걷는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하루만 지나도 가방 안의 많은 것들을 버리고 싶어진다고 한다.

자신의 욕심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고 걸으면서,
육체의 피로를 견디고 자신의한계를 마주하면서,
생각이 비워지고 그 끝에서 어떤 깨달음에 닿게 되는 것 같았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매일 4만 보 가까이 걸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솔직히 겁이 난다.
그래도 그날을 위해 체력도, 무릎도 잘 관리해서
마흔이 되기 전에는 꼭 한 번 걸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