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퍼즐’이라는 드라마를 봤다.

주인공은 삼촌의 죽음을 유일하게 목격한 인물이고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프로파일러가 되어 수사를 한다.

극 중 프로파일러는 끊임없이 ‘왜?’를 묻고, 연결이 느슨한 지점을 의심하며 파고든다.
그 모습을 보는데, 문득 우리 일상도 그렇지 않나 싶었다.
어딘가 말이 애매하게 들리거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거나, 설명이 납득되지 않을 때—
그냥 넘기지 않고 ‘왜 그런 걸까?’ 하고 한 번 더 생각해본다면,
언젠가는 그 질문이 실마리를 찾아줄지도 모른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모든 행동에는 동기가 있고
말에는 그 사람의 생각이 스며 있기 마련이다.
단어, 시제, 어조, 표정, 손짓, 심지어 말하지 않은 침묵까지 다 힌트가 된다.
‘작문 프로파일링’이라는 기법도 있다던데, “사람의 문장에는 지워지지 않는 영혼의 지문이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물론 현실은 드라마처럼 그렇게 명확하지도 않고, 범죄처럼 심각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바쁘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감각이 들어도 곱씹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내는 일이 많다.
그러다 어느 날 어떤 트리거가 탁 작동하면,
그제야 ‘아, 그때 이상했던 게 이거였구나’ 하고 되짚게 된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프로파일러처럼 일상의 단서들을 조금만 더 섬세하게 살필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힌트를 가진 채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늘 그 자리에 있고,
내가 질문을 던질 준비가 될 때 비로소 실마리를 내어주기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살면 삶이 조금 더 편해질 것 같다.

왜 프로파일러가 됐느냐는 질문에
주인공은 “나 자신을 프로파일링하기 위해서요”라고 말한다.
그 대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고, 왜 그런 반응을 했는지
좀 더 자주,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남의 말에 담긴 힌트를 읽어내기 전에,
먼저 나라는 퍼즐부터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이해하는 일은 결국, 나를 이해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