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날이었다.
오전에 도착했더니 이미 마지막 포기를 버무리고 계셨다.
사실상 김장은 다 끝나 있었고, 나는 그저 마지막 뒷정리를 조금 거들었을 뿐이다.
정말 딱 숟가락만 얹은 격이었다.
엄마아빠는 우리가 와준 것만으로도 좋다고 하셨지만,
내년에는 조금 더 일찍 가서 재료 다듬기부터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이 이제 연세도 있고, 김장이라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보니
김치를 사먹자고 설득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만 고생하면 된다고 하시고,
직접 담근 김치가 맛있다고 하시는 걸 보면
이것도 결국은 내가 편하자고 드린 말이 아니었나 싶어진다.
그걸 깨닫고 나서는 나도 김장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편해졌다.
오랜만에 맑은 공기도 쐬고 겉절이랑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