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온이 영하 10도로 떨어졌다.
히트텍을 꺼내 입고, 족욕기도 다시 전원을 켰다.
한동안 가볍게 다닐 수 있었던 계절은 이제 완전히 지난 듯하다.
위아래로 잔뜩 껴입고, 머리와 귀까지 꽁꽁 싸매야 비로소 외출할 수 있는 겨울이 온 것이다.

작년 겨울이 유난히 춥고 힘들었던 탓에
올여름 폭염 속에서도… 겨울이 오길 바란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만큼 겨울이 늦게 오길 바랐다.

그런데 오늘,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얼음장 같은 공기가 폐 속 깊이 들어왔다.
그 찬 기운이 마치 몸을 단번에 리셋해주는 것처럼 시원하게 느껴졌다.
술을 마신 사람 마냥 기분이 좋았다.

겨울이 싫다고만 생각했는데, 아 그렇지… 겨울엔 이런 맛이 있지.
발에 핫팩을 붙여야 되고, 옷이 무거워 몸이 힘들어 불편한거지
겨울이 싫은 건 아니었구나~

차갑지만 묘하게 포근한 공기와 아름다운 눈과 1년 중 제일 좋아하는 휴일인 크리스마스, 그리고 캐롤까지…
결국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건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애증의 관계가 제일 끈질기다고 하는데 겨울이 딱 그런 계절이 되버린 것 같다.
한국에 사는 이상 매년 겨울을 만나야하는데 어떻게 지혜롭게 보낼 수 있을까.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노하우를 터득해가겠지?

우선 올해는 패딩바지라는 것을 처음으로 사봤는데 너무 따뜻해서 조금 수월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족욕기도 내내 틀어두는 게 아니라 발이 시려울 때만 트는 걸로 해보고 있고,
친구에게 소개받은 전기담요도 장만했다.

쓰고 보니 노하우라는 게 거의 아이템 구매 뿐인데
그래도 뭐 잘 보낼 수만 있으면 좋지 생각해본다.
10년 뒤 나는 겨울을 어떤 마음으로 어떤 양식으로 보내고 있을까?
여전히 겨울을 좋아하고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