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일은 색다르고도 특별한 생일이었다.
1
생일연차라, H는 출근을 하고 집에 혼자 있게 되었다.
생일에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낯선 느낌이었다.
아침에는 필요한 일을 처리하고 그 이후부터는 집안일을 했다.
오늘은 손님이 오는 날이라 구석구석 청소도 더 열심히 했다.
점심을 차려먹은 뒤에는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왔다.
루틴으로 보면 일상 같으면서도,
평일 오후에 운동을 하고 있자니 특별한 날임이 실감났다.
그리곤 좋아하는 케익집에서 케익을 픽업해왔다.
H는 본인이 한다고 두라고 했지만 시간 여유있는 내가 다녀오면 되지~ 하고 다녀왔다.
여유로울 줄 알았던 생일 연차는 생각보다 꽤 분주하게 흘러갔다.
2
곧 인사발령이 나는 친구가 있다.
멀리 가게 되어 한동안 못 볼 수도 있어 서로 일정을 맞추다 보니
생일이 유일하게 가능한 날이었다.
생일에 만나자고 하면 부담일까 봐 말하지 않았는데 친구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절대 빈손으로 오라고 했지만, 친구는 결국 선물을 들고 나타났다.
연신 생일에 만나주어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미역국과 곰탕을 파는 식당에 가서 생일 기분을 내며 맛있게 먹었다.
3
저녁을 먹고 집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베란다에서 케익을 들고 누군가 나왔다.
너무 놀라서 (분명 친구임을 알았는데도)
안방으로 거의 날다시피 들어갔다가 몇 초 뒤에야 나왔다.
풋살 친구들이 H와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해준 것이다.
나는 사실 이런 이벤트를 너무 좋아해서
이렇게 준비해준 것이 너무너무 고맙고 기뻤는데,
막상 그 순간에는 너무 놀라기도 하고,
같이 있던 친구에 대한 생각까지 겹쳐 이 마음을 충분히 표현을 못한 것 같다.
그 점이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스스로도 아쉽고 그렇다.
이번 생일에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부탁했고, 고맙게도 모두 써주었다.
풋살 친구들에게 처음 받아보는 편지였는데
상상도 못했던 마음을 알게 되었고,
말로는 다 하지 못했던 감정들도 글 속에는 다 담겨 있었다.
편지는 정말 마법같은 선물이다.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생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