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예전에는 이것이 매너 있게, 예의 바르게, 배려 있게 얘기하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요즘은 이것만으로는 천 냥 빚을 갚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말의 형식보다 구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관계는 주고받는 말들로 쌓인다.
의식적, 의도적 배려는 기존의 관계를 유지하는 역할 정도이고,
그 이상의 유대감이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플러스 알파를 할 때인 것 같다.

H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옛날에는 H한테 네가 손해 보는 것 아니냐며,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있냐고 했던 시절도 있다.
다정하고 예쁘게 말하는 것은 단순히 말투, 어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실제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히려 나의 입장에서도 결과적으로 이득일 때가 많다.

이제 많은 상황에서 말을 예쁘게 하는 게 어떤 건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화가 나는 때가 생기기 시작했다.
배려를 위한 배려,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배려, 남이 아닌 나를 위한 배려, 배려로 둔갑한 이기심.. 등등
또는 내가 다정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아닌지 한 번 더 생각 해야함을 깨달았다.

오늘 유난히 이걸 느낄 일이 많았는데,
화가 나는 단계까지는 왔으니 이제 실천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