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산책하는 코스가 있는데 오늘도 저녁을 먹고 그 코스로 산책을 했다.

코스 중에는 아파트 단지를 지나는 구간이 있는데 8천세대가 넘는 대단지다.
이렇게 단지가 크다 보니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고
방송국쪽이나 역 근처처럼 번쩍이는 가게나 북적이는 사람들이 없다.
단지 안을 걸으면 차 소리도 거의 안 들리고 귀뚜라미 소리만 맴맴 들린다.
이 코스를 걸을 때 가장 좋은 점이 이 고요함인데,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은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소음이 없는 환경이 나에게 중요하다는 것은 자취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가끔 본가에 가면 도심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쉬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소음이 없어서였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
조용한 공간에서 지낼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꽤 높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아파트에 사는 게 현재의 강력한 희망사항인데,
아파트에 살게 되면 그 다음 희망사항은 무엇이 될까 생각이 들었다.

집이 워낙 큰 희망사항이다 보니,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해보자면 그 다음은 시간 부자가 목표가 될 것 같다.
어쩌면 평생이 걸려도 달성할 수 없을 목표일지도 모른다.
진짜 부자는 시간 부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 목표를 꼭 달성하고 싶어서, 더 빨리 달성하고 싶어서 지금 사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홈피스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현재 지내고 있는 크기의 사무실은 아예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사무실을 얻는 것 자체가 당시로서는 너무 먼 일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많이 하는 얘기는 사옥 마련이다.
내집 마련과 비슷한 느낌으로 이것은 희망사항인 상태이지만 점점 더 구체적으로 그리게 되는 것을 보면,
멀게만 느껴지는 이 원대한 목표들이 그래도 조금씩은 가까워지고 있는 것 아닐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언젠간 시간 부자의 하루로 일기를 쓰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