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두달동안 거의 매일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었는데
아직 편도염이 다 낫지 않아 2주 넘게 헬스장에 못 가고 있다.
몸무게도 3키로가 빠졌는데… 몸도 찌뿌둥하고 근손실도 막심한 느낌이다.
근손실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고자 집에서 간단하게라도 운동을 해보려고 하니,
예전에 사뒀던 링피트가 보였다.
티비 옆에 고이 모셔진 채로 조금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친구다.
*링피트 : 닌텐도에서 나온 피트니스 게임으로, 운전대처럼 생긴 링으로 운동을 하며 어드벤처를 즐기는 게임

링피트를 산 건 바야흐로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당시 헬스장에 가긴 부담스러우니 집에서 할 수 있는 링피트의 인기가 치솟았고, 없어서 못 살 정도였다.
마침 몇개월 간 받던 PT가 끝이 나서 헬스장을 갈지 링피트를 살지 고민을 하던 시점이었다.
링피트가 꽤 운동도 되고 재미도 있다는 L의 후기와
이런 게임을 해본적이 없는 경험주의자의 호기심이 시너지를 발휘해(?) 링피트를 즉시 구매했다.

당시 품절 대란으로 일주일을 넘게 기다려서 링피트를 받았고,
그날 저녁, 링을 잡고 땀을 뻘뻘 흘렸던 기억이 난다.
생각보다 운동이 꽤 많이 되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 딱 2번 더하고 지금까지 티비장 신세다.

왜 링피트를 계속하지 못했나에 대해 생각해봤다.
먼저 나는 게임형 사람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링피트의 매력은 퀘스트를 깨고 게임의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하기 싫은 운동이어도 그나마 즐겁게 하게 된다는 것인데, 나는 오히려 그게 답답했다. 내 페이스대로, 하고 싶은 운동으로 하고 싶은데 게임의 속도에 맞춰 주어진 운동을 해야하니 되려 급급해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다음 퀘스트를 빨리 깨고 마스터하고 싶다 이런 생각도 별로 안 드는 걸 보면,
게임으로서의 운동은 나에게 메리트가 없는 것 같다.

또 링피트는 일종의 홈트이기 때문에 내가 원할 때 언제든 바로 할 수 있다.
옷을 갈아 입고, 신발을 신고, 적어도 10분이상 걸어야하는, 헬스장에 간다면 해야하는 수고로움이 없는 것이다.
마음 먹는 게 유일한 준비인데, 공간의 경계가 없다보니 더 운동을 안하게 됐던 것 같다.
물리적으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 행위가 오히려 운동 모드로 전환하기 더 쉬운 느낌이다.

마지막으로는 심리적 이유다.
링피트를 하면 땀이 꽤 났는데 대부분 유산소 운동이 많았다.
이전에는 계속 웨이트 운동을 해왔다보니, 무게를 올리고 부위별로 나눠서 운동을 해야
제대로 운동이 되지 않을까하는 괜한 염려(?)가 되었었다.
(링피트를 꾸준히 했다면 체력이 무조건 나아졌을 걸텐데…ㅎㅎㅎ)

그렇다면 저기 세워져있는 링피트를 왜 팔거나 처분하지 않았나.
위와 같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혹시 집에서 운동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미영이가 유용하게 쓰지 않을까하는 마음과
정말 재미있는 것인데 내가 아직 그 게임의 매력을 깨닫지 못한 것은 아닐까에 대한 미련 때문인 것 같다.
맥시멀리스트의 면모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최근 지향하고 있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H와의 긴급 회의를 통해 이번달내로 링피트의 운명을 결정하기로 다짐해본다.
(왠지 잔류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