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일차다.

스페인에서는 하루를 이틀처럼 산다.
아침 먹을 겸 나갔다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씻으면 어느덧 또 점심 먹을 시간이다.

스페인에는 점심 먹고 잠깐 낮잠 자는 문화가 있는데, 시에스타라고 한다.
나도 그 템포에 맞춰 잠시 눈을 붙인다.
그리고 일어나서 또 다른 일정을 시작한다.

계획 없이 온 여행이었으나 나름 부지런히 다니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산책 겸 바르셀로네타 해변까지 걸었다.
잠깐이었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쉬어졌다.
이번 여행에서 뭔가 더 안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이렇게 좋은데, 매일 우리를 멋진 곳으로 데려가주는 H의 친구 덕분에
더할 나위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일 새로운 풍경을 보고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있다.
나는 정말 인복이 좋은 사람인가보다.

다만 조금 슬픈 소식은 아직 컨디션 회복이 완전히 안됐다.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걸리나보다.
마음을 찬찬히 먹어야지 싶지만
그래도 내일이면 거짓말처럼 싹 나아있길 간절히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