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으로 갑자기 ‘부어치킨’이 땡겼다.
어릴 때 집앞에 부어치킨 가게가 있었는데
엄마도 나도 그 맛을 좋아해서 치킨이 땡기는 날이면
서로 전화해서 들어오는 길에 사오라고 주문을 넣거나
같이 산책 겸 나가서 사왔었다.
게다가 반마리를 파는 유일한 곳이었어서 혼자서도 치킨이 땡기면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든든함을 주는 곳이었다.

요즘은 배달앱으로 뭐든 시켜먹을 수 있으니,
집 가는 길에 서로 주문을 넣고, 직접 가게에 방문해 음식이 다되기까지 기다렸다 사오는,
그런 추억의 루틴(?)이 거의 없다.
10초면 주문 끝, 20분 뒤 문열고 손만 뻗으면 치킨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근데 오늘은 왠지 그 추억의 동선을 밟으며 아날로그함을 느끼고 싶은 날이었나보다.
배달앱을 켰다가 다시 지도앱을 틀었다.
흔한 브랜드는 아니라 우리 동네에는 가게가 없고 다른 동네에만 있었다. 걸어가긴 먼 거리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차키를 들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먹어야만 하는 날이었나보다.
가게에 다와가니 뜬금없게도 약간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추억의 장소를 다시 갔는데 혹시 내가 못알아볼만큼 변했으면 조금 슬프니까. 그래서 그런 기분이 드나 싶었다. 로고 디자인은 바꼈지만 다행히도 입구에 수북히 쌓여있는 치킨의 모양을 보니 부어치킨이 맞았다.
늘 먹던 크리스피치킨 한마리를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아 지글지글 옷입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추억 소환에 성공한 것 같았다.

거의 10년만에 먹었는데도 그 때 맛 그대로여서 행복했다.
그래서 추억을 먹고산다고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