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두마차가 아니라 쌍두로청이다.

20평이 안되는 집인데, 로봇청소기를 2대나 쓰게 됐다.
이 집에 처음 이사왔을 때 청소로부터의 해방을 외치며 야심차게 첫 로봇청소기를 샀었는데,
높은 안방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했었다.
슬프지만 어쩌나.
그 당시에는 높은 턱을 넘는 편에 속했던 모델이라 아쉬운대로 쓰기로 했다.
거실과 나머지 방은 수동으로 필요할 때만 들어다놓고 돌렸다.
이름도 지었었다. 깔끄미다. 벌써 함께한지 몇 년이 되었다.

하지만 역시 수동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안방은 언제나 깔끔함이 유지되는 반면,
나머지는 조금만 바빠지거나 소홀해지면 눈에 띄게 티가 났다.
그리고 최근에 마침(?) 깔끄미가 수명을 다하고 뻗어버렸다.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대서 알아보는데 재고가 없단다.
재입고도 기약이 없다고 했다.

이별 위기를 맞았다. 안 그래도 청소가 힘들어 권태기를 겪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러던 중, L이 이사를 가며 쓰던 로봇청소기가 당근행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테스트가 필요했다…

문턱만 넘을 수 있다면 나는 환승이별을 할 작정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친구도 안방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대신 나머지 공간은 무리없이 넘나들며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결심했다.
두 청소기 살림을 하기로.
얼마전 일기에서 맥시멀리스트가 아닌 옵티멀리스트라고 했건만,
두 로봇청소기를 거느리니 맥시멀리스트가 아니라고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옵티멀을 지향하는 맥시멀리스트라고 하면 이것 마저 맥시멀리스트일까.

오늘 집에 와서 지도 맵핑을 하며 처음 돌렸는데,
벌써 무척 쾌적한 느낌이다.
앞으로 많은 시간을 아껴줄 친구니 이름은 금덩이가 어떨지~
반려기계를 만나 기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