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첫 눈이 내렸다.

펑펑 쏟아지는 눈은 아니었지만,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잠깐이나마 희미하게 흩날리는 눈을 볼 수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해서 봐야 겨우 보이는 눈발이라도,
눈이 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설레기엔 충분했다.

어릴 때 잠만보였던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그렇게 힘들었는데
아빠가 눈이 왔다고 하면 무조건 반사처럼 거실로 튀어나갔다.
그리곤 얼굴이 빨개지도록 눈에서 놀 정도로 눈을 좋아했다.

내가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는 순전히 눈 때문일 것이다.
추위를 보통 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위도 많이 타지만, 추워지면 바로 고장이 나버린다.
게다가 지독한 수족냉증도 있다.
11월에 조금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해도 발난로를 틀어야한다.
발난로 없는 겨울은 이제 상상할 수 없다.

게다가 요즘 들어서는 걸을 때도 발이 너무 시리다.
운동, 족욕, 한약… 다양한 노력을 해봤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였다.
(손흥민도 수족냉증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루틴을 만들었다.
집에서 나서기 전 발등에 미니 핫팩을 1개씩 붙인다.
특별히 밖에 오래 있는 일정이 아니어도 그냥 그렇게 하기로 정했다.

그렇게 한지 이제 3일쯤 되었는데 삶이 한결 편해진 느낌이다.
피할 수 없으니 즐겨보고 있다.
여느 때보다 따뜻한 겨울이다.

좋아하는 계절을 계속 좋아할 수 있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