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기대치에 비해서는 소식좌다.
엄청 튼튼한 몸에 대한 소망이 있기 때문에
늘 벌크업을 외치며 많이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입이 꽤 짧다.
심지어 매번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는데도,
보통 1인분을 다 먹지 못한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다.
겨울방학 새 10cm가 컸던 중3때처럼 정말 많이 먹었다.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팠던 그때처럼 말이다.

아침부터 조금 수상했다.
보통 아침을 안 먹는데 오늘은 눈뜨자마자 허기가 졌다.
국이랑 밥이랑 딱 한 숟가락만 먹어야지 했는데, 야금야금 먹다보니 한 그릇을 다 먹었네.

점심 때는 햄버거 세트를 먹었다.
평소라면 감자튀김이 반정도 남았을 때 배가 불러 하차하지만
오늘은 H의 감자튀김까지 뺏어먹고도 조금 아쉬웠다.
메뉴판을 기웃거리다 겨우 나왔네.

4시쯤 되자 또 출출해졌다.
집에 있는 과자를 몇 개 주워먹고 저녁을 기다렸다.
일이 조금 늦어져 저녁을 늦게 먹었는데
집에 남아있던 족발을 반찬으로 또 밥 한공기를 뚝딱해버렸네.
근데도 배가 안 불러서 피자 한 조각을 데워먹었네.
이러고도 사실 배가 부르진 않았지만,
오늘 좀 심하다 싶어 식탁을 정리했다.

그리고 책상에 서서 일을 하는데 아무래도 배가 고픈 것이네.
결국 컵라면 하나를 또 끓이고 그것까지 다 먹었네.
그제서야 배가 찼다는 느낌이 들었네.
드디어 오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대식가가 된 하루였다.
이게 과연 그저 하루의 이변일지, 변화의 시작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경우든 조금이라도 몸수저에 가까워진 것이 아닐까?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