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애타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정말 감질나는 영화였다.

우리 일상에 많지는 않지만 종종 명쾌하게 정의되지 않는 모호한 관계들이 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으며,
느슨하지만 계속 어떤 긴장이 유지되는 관계.
이 영화는 그 소프트한 관계의 미스터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영화에서는 ‘인연’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영어로 번역되지 않고 한국어 그대로 쓰인다.
팔천 번의 전생에서 팔천 번의 인연을 쌓아야 부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인연에 대해, 전생과 현생에 대해,
수많은 가정법의 질문들을 던진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인연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어쩌면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옷깃만 스치면 그건 그저 스쳐가는 인연인거고,
그걸 맺는 건 결국 타이밍과 결단이지 않을까.

사랑이나 인생이나 흘러가는대로가 아니라
힘들더라도 어떤 쪽이든 결정을 내리고 쟁취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