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망의 화장실문 유지보수를 하는 날이었다. 목표는 문고리 교체와 문 페인트 칠하기였다.

우선 페인트를 고루 바르기 위해 기존 문고리를 빼두고 페인트칠을 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주변에 페인트가 안 묻게 마스킹테이프도 붙이고 바닥에 신문지도 깔고 필요한 도구도 다 준비해놓고 유튜브로 문고리 교체하는 법까지 야무지게 찾아봤다.

게다가 오늘은 여자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라 아이패드로 경기도 틀어놨다. 페인트칠 하다 묻을수도 있으니 애플워치는 따로 풀어두었고, 핸드폰도 작업하다 떨어질 것 같아 식탁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화장실 안에 들어가 롤러로 첫 페인트칠을 했다. 생각보다 순조롭겠다고 생각하며 롤러를 미는 순간, 문이 닫혔다. 아뿔싸…. 문고리가 없는 상태로 문이 닫혀버린 것이다. 가운데 남은 래치를 돌리며 어떻게든 열어보려고 했지만 15분정도를 씨름하니 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정말 갇혀버린 것이다.

마침 오늘은 H도 본가에 가서 집에 없었다. 워치나 핸드폰 하나만 가지고 있었으면 괜찮았을텐데. 도무지 열 수 없다는 걸 파악하고 나니 정말 비상사태였다. 그래서 더이상 문여는 걸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았다.

다행히 화장실 창문이 외부로 나 있고, 얼굴정도는 내밀 수 있는 크기였다. 그래서 도와달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원래 금요일 밤에는 사람들이 북적이는데, 오늘따라 참으로 유난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적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생각하며 소리치기를 30분정도 지났을까. 어떤 여자분이 소리를 좇아 내가 있는 쪽으로 오셨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흔쾌히 도와주시겠다며 우리집으로 와주셨다.

집으로 들어오셔서 마침내 문 하나를 두고 마주하게 됐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문고리가 없기 때문에 해체해둔 문고리를 다시 조립해야지만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래서 손잡이 구멍 사이로 서로 맞는 홈을 찾아가며 다시 조립하기를 15분쯤, 문이 덜컥하고 열렸다.

그분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정말 현실판 방탈출 아닌지… 평생 잊지 못할 감사한 분이다.

갇혀있는 한시간이 정말 영겁 같았다. 너무 진이 빠져 그냥 이대로 다 두고 잘까 생각했지만, 잠시 한숨을 돌리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니 오늘 하려던 일을 끝내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문고리도 교체하고 페인트칠까지 해버렸다. 정말 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렇게 지금 일기를 쓰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밤이다.

+ 앞으로 어딜가든 핸드폰은 꼭 지니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