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라는 영화를 봤다.

주인공은 화장실 청소부다.
매일 눈떠서 식물에 물을 주고, 캔커피를 사 마시고, 출근길에 올드팝을 틀고,
청소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목욕탕에 가 샤워를 하고,
집에 오는 길에 매일 가는 식당에 들려 저녁을 먹고 돌아오고,
자기 전 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그의 하루는 매우 간결하다.
루틴의 끝판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주말도 루틴이 있다.
한 주간 찍은 필름사진을 맡기고, 지난주에 맡긴 사진을 찾아온다.
집에 돌아와서는 바로 사진을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은
그 자리에서 찢어서 버린다.
그리고 선택된 사진은 월별로 분류된 사진함에 정리해둔다.
그의 삶은 그 정도로 컴팩트하다.

단순한 일상이 좋아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되보였다.
그저 반복적인 일상을 사는 것 같지만,
사실 그건 변수가 내 일상을 침범하지 않도록
절제하고 지키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렇게 정돈된 일상 덕분에, 그는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어 보였다.

나는 무엇을 비워내고 이런 일상을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