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주유소에 들러 주유를 했다. 주유는 1분정도면 끝나지만, 이렇게 추운 날에는 그 짧은 시간도 길게 느껴진다. 주유건을 꽂아놓고 손을 호호 불고 있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차 와이퍼쪽에 서더니 와이퍼 고무 마모가 너무 심한 것 같다며 혹시 와이퍼를 쓸 때 소리가 나지 않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차를 잘 아시는 주유소 직원분이 걱정돼서 해주시는 말씀인 줄 알았는데, 그 다음 말을 듣고 아닌 걸 알았다. 일반 와이퍼보다 수명이 3배…
종로에서의 마지막 월간저녁
오늘 종로에서 마지막 월간저녁을 먹었다. 여기서의 마지막이 아쉽고 슬프기보다는, 후련하고 설레는 느낌이다. 분명 현실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미래가 더 선명하게 그려져서일까. 월간저녁을 하다보면 현실에서는 봉인되어있던 요술램프를 잠깐 꺼내서, 우리의 소망들을 속삭인다. 당장은 멀어보이지만 언젠간 이루어질 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집에 돌아오는데 이것저것 내년에 하고 싶은 것들이 벌써부터 떠오르는 걸 보면 내년은 올해보다도 더 즐거운 한 해가 되지 않을까.
관성을 거스르는 일
어제 어쩌다 풋살 영상을 한참 보고, 빨리 풋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었다. 그리고 오늘 풋살을 했는데 느낌이 달랐다. 지금까지는 몸이 가는대로 하는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머릿속에서 내가 가야할 길이 먼저 그려지고 몸이 따라가는 느낌이었다. 조종사가 몸이 아니라 뇌가 된 기분이었다. 내 몸을 아주 조금은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는 느낌이 짜릿했다. 운동은 몸으로 익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론적 인풋은 운동에서도 확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특히 원래…
벌크업 중간점검
튼튼해지기 위해 벌크업을 결심한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간다. 지금까지 2.5kg정도 증량했고, 목표까지 2.5kg가 남았다. 요즘은 정말 눈에 보이는대로 먹어치운다. 오늘은 눈뜨자마자 호밀식빵에 피넛버터와 피넛버터의 쏠메인 딸기잼을 곁들여 샌드위치 2개를 클리어했다. 그리곤 라떼를 사러 갔는데 카페 사장님께서 샌드위치를 챙겨주셔서 그것도 같이 싹 먹었다. 다 먹고 나니 아무래도 식단이 웨스턴스러웠는지, 매운 게 땡겼다. H를 꼬셔 열라면 1개를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날이 추우니 저녁엔 뜨끈한 국물이 땡겼다.…
하트 수령의 날
1. 택배가 왔다. 보낸 사람의 이름은 없고, 받는 사람에만 내 이름이 있었다. 내용란에는 큰 하트가 띄워져있었다. 친구가 보낸 생일선물이었다. 2. 몇 년 만에 보는 이름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생일이라고 선물과 함께 축하카드를 보내줬다. 생일 덕분에 오랜만에 보는 이름들의 안부를 듣는다. 3. 생일 기념으로 벌써 1월 약속이 몇 잡혔다. 얼마 안 남은 12월은 바쁘기도 하고, 이미 일정이 있기도 해서 가장 가까운 1월로 예약이 됐다. 이제는 생일에 크게…
어쩌다 오늘 사랑니를 뽑았나
오늘은 일이 있어 연차를 쓴 날이었다. 오전에 일을 보러 갔는데, 오늘은 처리하지 못하고 다음에 다시 가야하게 됐다. 이렇게 아깝게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오늘 뭘 할 수 있으니까 생각하다, 주말로 미뤄뒀던 사랑니가 생각났다. 치과에 전화했는데 마침 가능하다고 해서 사랑니를 뽑고 왔다. 사랑니라도 뽑으니 오늘 연차가 완전 헛되지는 않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니를 뽑으러 간 게 퇴근 후 시간인 게 함정...) 뜨는 시간이 생기면 최대한 어떤 일이라도…
소라에게
이소라 콘서트에 다녀왔다. 단독 콘서트는 처음이었는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거의 두시간 가까이, 그것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시간인가. 여력이 되면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소라 콘서트는 다른 콘서트와는 조금 달랐다. 보통은 춤추고 소리지르며 가수도 관객도 흥을 발산하는데, 여기는 가수도 울고 관객도 운다. 노래 사이에는 훌쩍이는 소리,눈물을 훔치는 손짓들이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머리가 딩하게 희열을 느꼈다. 노래만 좋은 건…
아와 어는 천지차이다
지인이 최근에 어떤 영상을 공유해줬는데 대화법에 관한 영상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나'인데 이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 또한 그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나만큼 너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얘기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그 감정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그러한 감정을 왜 느끼는지에 대해 탐구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나의 욕구와 요구를 분명히 할 수 있으면 우리가 나누는 많은 대화가 건강해질 것이라는…
풋살일기4 – 원데이클래스
오늘은 처음으로 원데이 클래스에 가봤다. 앞으로 겨울에 예약할 실내구장에서 진행하는 클래스였는데, 사전 답사도 가볼 겸 다녀왔다.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그런지 무리하지 않았는데도 지금 약간 넉다운 직전이다. 실내는 따뜻했고, 몸이 얼어서 다치거나 부상입을까 걱정할 일이 없어서 좋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이렇게 풋살에 열정적인 사람이 많은 걸보니 같은 풋살인으로서 신기하고 반갑기도 했다. 훈련을 조금 하고 경기를 했는데, 훈련을 할 때는 다들 실력이 비슷비슷해 보였는데 경기를 하니…
알고보니 실용주의자
날이 추워지면서 요즘 제일 잘 쓰는 아이템이 하나 있다. 헬멧처럼 생긴, 얼굴 빼고 머리를 다 감싸주는 일명 군밤모자다. 이 모자는 몇 년 전 H와 길을 가다가 우연히 사게 됐다. 귀가 떨어질 듯 추운 날이었는데 H가 가게 밖에서 모자를 보고는 들어가보자고 했다. H는 나에게 털도 부드럽고 엄청 따뜻할 것 같다며 사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언제나 캡모자만 쓰고 다니던 나는 그런 디자인의 모자를 쓰고 다닐 수 있을까…
연말 결산 1 – 음악
연말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결산이다. 인간의 본성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내가 보낸 시간들에 대한 통계를 내보는 것이 즐겁다. 오늘은 유튜브 뮤직 앱에서 올해 음악생활에 대한 결산을 보내줬다. 올해 음악을 감상한 시간이 무려 40,594분이라고 한다. 환산을 해보면 676시간, 28일, 그러니까 거의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다. 음악 없이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이 자료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 음악을 들으며 지내고 있다는…
서른을 일주일 앞두고
#1. 6시에 눈을 떴다. 여전히 목은 잠겼지만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켰다. 풋살 카풀을 하기로 했었는데,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고민없이 무조건 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2. 밖이 캄캄했다. 공기는 차고 거리에는 아무도 없고. 이 시간에만 맡을 수 있는 맑은 새벽 냄새도 났다. 새벽을 연 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인가. #3. 샵의 내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을 들으며 팀원들과 구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나 아침부터 왁자지껄하다. 한강 위로 다리를 건너는데…
One last time
오늘 골든걸스라는 방송을 봤다. 평생을 솔로로 활동해온 대가수분들이 한 팀이 되어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다. 이 소개만 들어도 얼마나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지 상상이 될 것이다.. 두 번의 연습무대를 거쳐 드디어 오늘 데뷔무대를 했는데, 노래 제목이 one last time이고 가사 중 이런 부분이 나온다. 안해본 도전은 다 실패야. 망설인 기회는 다 낭비야. 미련이 남게 하지마. 기시감이 들었다. 골든걸스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우리 이야기 같기도 했다.…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그날따라 뭔가 묘하게 컨디션이 다운된다거나 쳐지는 기분이 들어서 달력을 보면 대부분 매달 찾아오는 호르몬의 날인 경우가 많다. 대자연의 시기가 되면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말에도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낀다거나, 커피를 마셔도 가시지 않는 은은한 두통이 있거나 복통이 있는 형태로 발현이 된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적 존재인데, 호르몬의 변화에 이렇게 좌지우지 된다니. 호르몬의 노예가 되지 말자고 매달 의지를 다져본다만 대자연은 쉽게 거슬러지는 것이 아닌 것 같기도…
실수 세탁소
주말에 차를 타고 출근길을 가로질러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이 있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실수 세탁소'라는 팝업이었다. 재밌는 곳이네 생각만 하고 넘어갔었는데, 오늘 인터넷에서 '도구리 막내클럽 <실수 세탁소>'라는 캠페인을 우연히 봤다. 혹시 주말에 봤던 그건가 하고 들어가봤더니 맞았다. "우리 막내클럽은 실수에 고통받는 막내들을 구하기 위해 ‘실수 세탁’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지. 이곳에서 모든 실수를 세탁하고 당당한 막내로 다시 태어나게!" 엔씨소프트에서 캐릭터를 활용해 사회초년생 막내들을 위한 캠페인을 하는…
블프 대신 Buy Nothing Day
요즘은 '블프' 기간이다. 블프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줄임말인데 미국에서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로, 1년 중 가장 큰 폭의 세일시즌이 시작되는 날이다. 한국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는 거의 모든 브랜드가 세일을 하는 것 같다. 안그래도 최근에 해진옷을 버리고 옷장을 싹 정리하면서, 겨울옷이 필요했는데. 마침 세일도 하니 필요한 것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대부분 옷 정가에는 취소선이 그어져있었고, 적어도 20%, 많게는 5-60%까지 세일이 붙여져 있으니 필요하지 않지만 마음에 드는 것들도 장바구니에 담고…
검진의 날
오늘은 건강검진의 날이었다. 종합검진을 받으려고 연차를 쓰려고 하니, 이왕 하는 거 하루에 다 하고 싶은 효율(?)이 발동했다. 그래서 아침 9시 종합검진을 시작으로 치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정형외과를 돌았다. 예약이 안되는 정형외과를 제외하고는 미리 다 예약을 해놨었는데, 하루에 다하려다보니 생각보다 바삐 움직여야했다. 휴가지만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까지 효율을 추구해야 하는걸까..? 잠시 현기증 나는 순간도 있었지만 다 마치고 나니 개운하다. 이제 다가올 겨울을 건강하게 날…
카르페디엠 친구들
오늘은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고등학생 때 '카르페디엠' 이라는 독서토론동아리를 했었는데,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다. 어느덧 벌써 13년지기다. 거의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알고 지낸 친구들이라 그런지 언제 만나도 편하다. 오늘은 곧 결혼을 앞둔 친구의 청첩장 모임이었다. 신혼집으로 초대를 해주었는데,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카르페디엠 2세들도(?) 함께 모인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니 명절같이 왁자지껄하고 대가족이 모인 분위기였다. 아직도 친구들을 보면 (철없고 해맑은) 동아리 시절의 모습이…
깜찍한 휴먼 에러
여느 출근길처럼 휴대폰을 거치대에 놓고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카메라가 켜지며 동영상 녹화가 되기 시작했다. 폰을 거치하면서 뭔가 잘못 눌렸나? 하곤 내 얼굴이 나오는 화면을 끄고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근데 1분도 채 안되서 카메라가 또 켜졌고, 몇 초 후 동영상 촬영이 시작됐다. 차가 덜컹거려서 그런가..? 뭔가 이상했지만 우연일 수 있으니 넘어갔다. 3번째부터는 고장임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거의 확신했다.) 기계 불량이든 소프트웨어 버그든 기계에 원인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H에게…
배울 결심
오늘은 음악이 고픈 날이었다. 음원이 아니라 라이브 공연으로 듣고 싶어 집에 오자마자 유튜브를 틀었다. H와 서로 듣고 싶은 노래를 주문하며 듣다보니 네 시간...이 훌쩍 지났다. 골든걸스 트윙클로 시작해 이은미 선생님의 녹턴으로 이어갔는데,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을 완벽히 학습한 것 같았다. 대가수분들의 공연 영상들이 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 공연을 보고 있으니, 잊고 지내던 버킷리스트가 떠올랐다. 보컬 트레이닝 받기. 늘 선택사항처럼 여겨지는 트레이닝 중 하나라고 해야할까. 노래방에 가거나…
상황과 이야기2
어제 산 책을 조금 읽었다. 아직 너무 초반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이해한 부분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문학에서는 목소리를 대변해줄 대리인이 있지만, 논픽션에서는 작가가 곧 서술자다. 그래서 자전적 글쓰기는 시나 소설처럼 대리인을 통해 하고 싶은말을 몽땅 쏟아낼 수가 없다.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논픽션일지라도 페르소나를 빚어야한다고. 아직 백프로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 나의 경험을 떠올려보자면 요즘 매일 쓰고 있는 일기가, 아무리 일기라지만 웹이라는 공간에 게시되는 공개 일기다보니 이야기의 소재라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