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끊은 지 4일차다. 하루에 2잔도 마시던 커피홀릭이 어째서 커피를 끊고 있느냐? 진정 몸이 거부하는 시그널을 느꼈기 때문이다. 장은 커피만 들어가면 배출하려고 하고 위는 음식을 올려보내려고 한다. 교통사고 이후에 소화를 다 못시킨 채 누운 게 트리거가 됐는지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져서 저녁을 일찍 먹고 누워도 가슴이 답답한 요지경~ 근데 역류성 식도염에는 커피가 특히나 안좋아서 울면서 우선 식도염이 괜찮아질때까지라도 끊기로 마음먹었다. 끊은 다음날부터 바로 금단 증상이 나타났다.…
영화 머티리얼리스트를 보고
영화 제목 '머티리얼리스트'는 물질주의자라는 뜻이다. 감정이 잘 느껴지진 않지만 내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줄 사람을 만날 것이냐? 사랑했지만 결국 돈 때문에 헤어진, 그렇지만 아직도 가난한 무명배우 전 애인을 만날 것이냐? 사이에서 주인공이 자신만의 선택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사랑이 시작되기 전엔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린다. 외모, 직업, 성격, 집안 배경, 가치관 등등 머릿속에서 수많은 조건문과 방정식이 돌아간다. 그런데 막상 사랑이 시작되버리면, 계산 불능의 상태가 되는 듯 하다. 이성적으로 따져보던…
돌아온 니롱이
니롱이가 다시 말끔해져서 돌아왔다. 사고 종결이 안됐기 때문에 여전히 신경쓸 일들은 있지만그래도 차가 돌아왔다는 사실은 큰 위로가 됐다. 기름이 없어 주유를 하러 다녀왔다.사고 후 처음 운전하는 거라 확실히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떨리는 게 있었다. 온 세상의 차가 나를 향해 가까이 오는 것 같고조금만 가까워도 곧 부딪칠 것 같은 감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차를 몰았을 때보다도 더 조심스럽게 운전한 것 같다. 어른이 될수록 겁이 많아지고 조심성도 많아진다는데운전에서도 그렇게…
운동화 당근
늘 잘 신던 운동화 모델이 있었고, 바닥이 닳기 시작해서 그 다음해에 리뉴얼된 모델로 산 운동화가 있었다. 같은 모델이니 잘 맞겠지 싶어 안 신어보고 온라인으로 그냥 주문했었는데, 맞긴 맞는데 묘하게 사이즈가 살짝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몇번 신어보려고 노력도 했지만 결국 편하지 않으니 안 신게 되고 그래서 당근에 올려뒀었다. 올린지도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바로 사고 싶다고 집 앞으로 온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극적으로 당근을 했고…
회복 day 2
아침에 오픈런으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 평일이 되고 이렇게 한지 이틀밖에 안됐는데 벌써 뭔가 루틴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만큼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다. 왼쪽이 전체적으로 경직된 느낌인데, 오늘은 목이랑 어깨를 치료받았다. 전기치료를 하는데 평소 받던 것보다 아프고 근육이 통통 튀는 느낌이 들어 부딪칠 때 꽤 긴장을 했구나 싶었다. 그래도 날이 지날수록 근육도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든다. 오늘은 마침 라이브러리를 쓰는 날이라 H는 누워서 노트북을…
회복 day 1
어제 하루종일 누워있었더니 오늘 좀 괜찮은가 싶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는데 뻣뻣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아놔~ 머리도 약간 띵한 것 같고 기력도 좀 떨어지는 것 같고 내가 방심하고 무리할까봐 몸이 선제적으로 시그널을 보내는 것 같았다. 좀 앉아서 그래도 뭐라도 끄적여보려 했는데 괜히 무리해서 회복이 더딘것보다 아예 잘 쉬고 절대 무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쉬니까 오후에는 그래도 컨디션이 올라왔다. 그래서 그래 이김에 백일해를 맞자 싶어 다음주로 예정되어있던 접종을 오늘 했다.…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는 일요일
오늘은 병원도 쉬는 날이라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몸도 최대한 안 움직이고 푹 쉬었다. 밥도 도시락 사둔게 있어 끼니 걱정 없이 그걸로 먹고, 또 쉬고. 계속 이것의 반복이었다. 원래도 주말은 어떤 의무없이 쉬는 날인건데 이렇게 회복을 미션으로 받아서 그런걸까. 아무것도 안하는 것에 아주 몰입이 잘 되는 느낌이었다. 합법적 휴식이랄까. 몸이 묵직하고 불편한 느낌이 계속 있어서 방심하지않고 잘 쉬었다. 부디 내일은 더 나은 컨디션이길.
교통사고 다음날
아침에 눈뜨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엑스레이 촬영을 했는데 다행히 골절은 없었고, 이학적 검사로 봤을 때 의심되는 것들이 있으니 2주동안 약먹으면서 지켜보자고 하셨다. 요즘 건강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이렇게 사고가 나니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차피 고쳐쓰는거지 잘 고치면 더 건강해질지도 몰라라는 마음도 들었다. 우리 보험사, 차량 공업사, 상대 보험사 돌아가면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고 차도 수리를 맡겼다. 이제 그 지난한 일들이 시작된 것이겠지. 엄마아빠는…
또 교통사고
또 교통사고가 났다. 이번에는 주차사고가 아니라 주행사고다. 게다가 늘 다니던 잘 아는 길이고 렌트카 같은 다른차도 아니고 얼마전 수리되어 돌아온 우리차로 운전을 하고 있었던 것인데. 좌회전을 하는데 옆차선에서 좌회전하던 택시가 뒤에서 들이받았다. 출퇴근길에 적지않게 보이는 사고현장들을 보며 요즘 특히 각별히 조심히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사고라는 단어 뜻처럼 어쩔 수 없이 뜻밖에 일어난 일인 것이다. 차가 부딪치자마자 앞으로 벌어질 지난한 일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책임소재와 잘잘못을 따지는…
엄마랑 언니랑 데이트
오랜만에 엄마랑 언니랑 하루를 보냈다. 이번주가 엄마 여름 휴가주였는데 여름 휴가는 따로 못갈 것 같아 하루 연차를 내고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점심으로 돼지갈비를 먹고 언니가 같이 가보자고 했던 카페로 향했다. 층고가 아주 높고 창밖으로 광활한 논이 보이는 뷰 맛집이었다. 평일 오후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자리를 겨우 잡았다. 그리곤 그간의 근황을 캐치업하고 미래 계획도 세웠다. 내년에 빅이벤트가 있을 예정이기 때문! 내년에는 아빠의 칠순도 있고, 언니의…
단관 (모쏠이지만 연애는 하고싶어)
모쏠 프로를 소개해준 풋살친구들과 마지막화를 단관했다. 모두 연애가 처음이고 서투르고 아직 어리기도 하고와 같은 이유들이 있기 때문에 왜 그러나 싶다가도 맞아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 봤다. 근데 마지막화에서 그럴수도 있지~가 잘 안되는 장면이 있었다. 남자 출연자가 a라는 여자를 내내 좋아했고, a도 남자 출연자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이 깊어질 무렵 남자 출연자가 갑자기 b 여자를 좋아하게 됐다.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마지막날밤 다같이 모인…
풋살장 짓고 구단주 되기
오늘 풋살팀의 왕언니랑 대화를 하다가 우리가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풋살장 짓고 구단주 되기” 목표에 대해 또 얘기했다. 언니가 우리한테 애기라고 해서 그럼 돈달라고 하고(이건 우리 대화에서 일종의 밈같은 레퍼토리이다… 언니라고 하면 밥사줘 이런것과 같은..)얼마 필요해? 해서 3억 8천이 필요하다했고언니는 뭐가 그렇게 많이 필요해? 해서 구장을 지을거라고 했다. 처음에는 구장 예약이 너무 치열하고 못잡는 날도 있으니까걱정없이 편하게 풋살할 수 있는 구장을 짓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던건데,이게 농담이더라도 늘…
영화 ‘이사’를 보고
어린 아이의 폭풍같은 감정을 4D로 체험하고 나온 것 같았다. 나도 분명 저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저렇게 내내 뛰어다녔었는데... 저렇게 말 안 들었었는데... 어린 시절의 감정과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오르긴 하는데 그 뾰족한 감정이 느껴지진 않았다. 이제는 어린아이의 마음보다는 어른의 마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거겠지. 주인공이 엄마에게 자신이 빨리 어른이 되겠다고 얘기하는데 천천히 어른이 되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은 영화였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풋살 친구가 추천한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콘텐츠를 봤다. 처음에는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답답한 마음(뿐)이었는데 모두가 처음이고 서툰 것임을 이해하게 된 후로는 짠함과 안타까움 뿐이다. 첫 연애든 능숙한 연애든 이런 연프를 볼 때 한결같이 느끼는 건 결국 나를 잘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첫 연애라 관계를 만들어가는 건 서툴지만 매 순간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해가는 출연자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의 얼굴은 슬플…
평안도 만두와 일몰
H와 H의 친구와 슴슴한 만두를 먹고 집 가는 길에 핸들을 꺾어 팔각정에 올라 일몰도 보고 스티커 사진도 찍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같이 보고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는 것이 인생의 행복 아닐까 생각했다.
대서와 와인
1년 중 가장 더운 날인 대서였다. 그래서였을까? 평소에는 거의 땡기지 않는 시원한 술이 땡겼다. 얼마전 집들이 선물로 받은 와인이 있었는데, 그걸 먹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온 집에서 H와 처음으로 술을 마신 것 같다. 물론 술에 취약한 우리는 두 잔 정도 밖에 안 마시긴 했지만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시간처럼 술을 마시며 얘기를 하는 시간도 그냥 앉아서 얘기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는 것…
축구 단관
풋살팀 왕언니가 번개를 쳤다. 저녁에 월드컵경기장에서 여자축구 경기가 있는데 보러가자고. 지난번에 한번 봤었는데 재밌게 봤었고 오늘 날씨도 너무 좋아서 걸을 겸 다녀왔다. 경기를 실제로 보면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10배이상은 치열하다. 선수들의 스피드도 정말 빠르고, 파워도 세고, 몸싸움도 훨씬 격하다. 승부를 가르는 재미도 있지만 그런 치열함을 보며 얻는 에너지도 있는 것 같다. 얼른 무릎 회복해서 잔디 위에서 뛰고싶어라~
교통사고는 아니고
밥먹고 산책하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교통사고가 났다고 했다. 집 주차장에 주차를 해놓고 나왔어서 아파트 주차장이 맞냐고 물어봤는데 맞다고 하셨다. 갔더니 앞 범퍼쪽이 다 긁혀있었다. 주차를 하시며 긁었다고 미안하다며 명함을 주시고 내일 보험 접수를 한다고 하셨다. 영영 없을 것 같은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뭐가 됐든 액땜을 했다고 생각했다. 다친 사람도 없으니 이만하면 거저먹는 액땜이다.
모니터 수리
전날 위층에서 공사하다 차단기가 잠시 내려갔었다는데 에어컨에 이어 모니터도 당첨된 듯 하다. as 센터에 데려가봤지만 보장할 수 없는 수술을 할지, 다른 것을 살지 결정해야했다. 새로 사기로 결정하고 주문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 ^^ ..
나인퍼즐
‘나인퍼즐’이라는 드라마를 봤다. 주인공은 삼촌의 죽음을 유일하게 목격한 인물이고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프로파일러가 되어 수사를 한다. 극 중 프로파일러는 끊임없이 ‘왜?’를 묻고, 연결이 느슨한 지점을 의심하며 파고든다.그 모습을 보는데, 문득 우리 일상도 그렇지 않나 싶었다.어딘가 말이 애매하게 들리거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거나, 설명이 납득되지 않을 때—그냥 넘기지 않고 ‘왜 그런 걸까?’ 하고 한 번 더 생각해본다면,언젠가는 그 질문이 실마리를 찾아줄지도 모른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