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다. 아주 자주 본 사이는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편안한 친밀감이 느껴지는 친구들이다. 가까이 살았다면 자주 봤을텐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명은 이제 곧 해외로 나가는데, 이렇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또 언제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벌써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릴 때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동네에 모여사는 상상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꿈에 가까운 이야기다. 같은 서울에 있다고 자주 볼 수 있는…
느지막히 보내는 토요일
정말 오랜만에 아무 일정이 없는 토요일을 보냈다. 느지막히 일어나 밥을 먹고 책을 좀 읽고 그간 날이 추워 못했던 산책도 했다. 오랜만에 걸으니 다시 일상의 어떤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해소되지 않는 리프레시의 영역이 있는 것 같다. 집에 왔더니 배도 적당히 꺼지고 차가운 바람을 맞고 와서 그런지 몸이 노곤해졌다. 읽던 책도 더 읽고 아직 하지 못한 ‘2025 올해의 OOO’도 하려고 했지만…
흑백요리사2
흑백요리사 2를 보며 요리가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를 다루는 기술적 완성도는 기본이고,미각·시각·후각·촉각까지 동원된 감각을 조화롭고도 새롭게 만족시켜야 하는데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요리사들은 시간과 타협하지 않는다. AI가 이렇게까지 발달한 시대임에도,이 정도까지 해야 최고의 맛이 나온다고 믿는 사람들의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집요하다.조금 더 진한 육수를 위해 재료를 볶고, 찌고, 끓이는 일을 반복하고,한 번에 손질해도 될 재료를 여러 번에 나눠 다듬는다.손부채질로 바람의 세기를 조절해 숯불구이를 하고더 쫀득한 식감을 위해…
강아지 찾기
저녁에 풋살팀 신년회가 있었는데 여유롭게 도착하자는 마음으로 1시간 일찍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러 가고 있는데 눈앞으로 강아지가 쌩하고 달려갔고, 뒤에서 강아지 주인으로 추정되는 분은 울면서 강아지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강아지는 목줄이 풀려있었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바로 옆이 차도였는데 강아지는 너무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H와 나는 두 갈래 길로 나눠져서 강아지를 찾아 뛰기 시작했다. 전력질주를 했지만 인간이 강아지의 뜀박질을 따라잡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인생 첫 두쫀쿠
요즘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가 한창 유행이다. 인스타를 켜면 두쫀쿠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다는 스토리가 매일 올라오고 흑백요리사로 유명해진 안성재 셰프가 자신의 유튜브에서 자녀들과 같이 두쫀쿠를 만들 지경이다. 아니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궁금해서 두쫀쿠 시초라는 가게의 티켓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랬는데 풋살 친구가 집 근처 두쫀쿠 파는 곳이 있어 사왔다며 나눠줬다. 코코아 가루가 잔뜩 묻은 쿠키를 조심히 접시에 받쳐 한입 베어 물었는데 처음 딱 먹었을 때는 여느 쿠키와 비슷한 맛이라…
생선러버
처음으로 집에서 갈치를 구워먹었다. 생선구이를 좋아하지만 한번 먹으면 워낙 집에 냄새가 심하게 나기 때문에 지금까지 비비고에서 나온 고등어만 에어프라이어에 가끔씩 구워먹었었다. 근데 비비고껀 양도 적고 비싸기도 해서 다른 고등어는 없을까 찾다가 가시제로연구소라는 곳에서 가시를 모두 제거하고 냉동으로 파는 걸 찾았다. 갈치도 같이 팔길래 용기를 내 구매했다. 후라이팬에 구우면 정말 냄새가 감당이 안될 것 같아 해동해두고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는데 생각보다 무척 맛있었다. 물론 에어프라이어도 냄새가 나긴 해서…
일력 뜯기
매년 달력을 구매하는데 올해는 민음사의 인생일력을 샀다. 세계문학에서 좋은 문장들을 발췌해, 매일 새로운 문장을 보여주는 달력이다. 종이를 한 장씩 뜯는 형태인데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이 달력을 빠뜨리지 않고 넘기는 것이다. 새로운 날짜를 맞으며 어제의 마음은 어제로 끝내고 오늘은 또 오늘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겠다는 다짐이다. 일일신 우일신(日日新又日新)이라는 말처럼 하루가 새로워지면, 나날이 새로워지고, 또 매일매일 새로워진다는 것을 믿으며 꼭 새해나, 분기, 특별한 계기를 기다리기보다 오늘이라는 가장…
2025년의 마지막 일요일
올해의 마지막 일요일을 어떻게 보낼까. LP를 차례로 바꿔가며 음악을 틀어두고 올 한 해를 회고하는 글을 썼다. 집에서 충분히 쉬며 밥을 해먹고 반신욕도 했다. 활동적인 에너지를 만드려면 이렇게 반드시 쉬며 응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평화롭고도 알찬 마지막 주말을 보냈다.
크리스마스 북눅
오늘은 제일 좋아하는 휴일인 크리스마스다.하루종일 캐롤을 틀어두고 무엇이든 하기 좋은 날인데, 이번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미션이 있었다. 뉴질랜드 친구가 선물해준 DIY 북눅을 만드는 것이다. 오전에 시작을 했다. 금세 허기가 져서 오랜만에 고수한잎에 가서 쌀국수를 먹고 에너지를 충전해왔다.그리곤 계속 이어서 북눅을 만들었다. 17번까지 있었는데, 다 하고 나니 해가 저물어 있었다. 2년 전인가에도 DIY를 도전한 적이 있는데 그 땐 난이도도 어려웠고,거의 3일을 걸려서 완성을 했는데 실수로 발로 쳐서 다 깨먹은…
매주 쑥쑥크는 윤우
일주일만에 윤우를 봤는데 볼 때마다 부쩍 커 있다. 오늘은 최근에 터득한 소리지르기도 보여주었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던 신생아였는데, 어느덧 목소리를 내고 감정 표현도 한다니 모든 변화들이 새롭고 신기하다. 이젠 제법 묵직해진 윤우를 안고 있으면 따뜻하고 포근하다. 오늘도 덕분에 윤우와 실컷 놀고 아기향기도 맡고 책임없는 쾌락을 누리고 왔다.
건강검진
7시 검진 예약이었고, 6시 40분에 도착했는데 이미 30명이 앞에 있었다. 확실히 성수기는 성수기인가보다. 어떤 의사선생님은 검진월 주기를 일정하게 맞추고 기억하기 쉽게 하기 위해 생일 달에 받으라고 하셨었는데 12월은 언제나 초성수기라 아쉽다.대장내시경을 생각하면 여름은 입맛이 없고 너무 더워 힘들 것 같고 겨울은 검진받고 나왔을 때도 춥고 화장실 왔다갔다 하기에도 썰렁해서 패스다. 그래서 날씨도 좋고 입맛도 있는 봄이나 가을에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기본 검진 외에 몇 가지 더 받았다.나머지는 검사 받으면서…
백건우&이무지치 공연
H의 친구가 백건우씨의 공연을 추천해줬다. 찾아보니 예약 가능한 공연이 백건우씨와 이무지치라는 실내악단이 협연을 하는 공연밖에 없었다. 이무지치는 모르는 상태로 예매를 했는데, 알고보니 명성이 자자한 분들이라 티켓팅이 아주 치열했다. 둘다 실패한 줄 알았는데 운종게 취켓팅에 성공했다. 백건우씨의 피아노 연주는 굉장히 무게감 있으면서도 부드러웠다. 연세가 79세라는 것이 전혀 믿기지 않을만큼 그 어떤 피아느스트보다도 강한 힘이 느껴졌다. 이무지치 악단은 오래 호흡을 맞춰온, 원팀 같은 느낌이었고 그래서인지 모든 연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