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일요일처럼 아침 일찍 풋살을 갔다가 돌아오는데 완전히 다른 공기였다. 봄 냄새가 났다.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이었다. 작년에 날이 따뜻할 때 유난히 산책을 많이 했었는데 그날들이 떠올랐다. 겨울에는 추워서 산책도 못하고, 무거운 옷을 걸치고 웅크리고만 있는데 마음껏 걸을 수 있는 계절이 온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떴다. 내일은 또 얼마나 따뜻한 냄새가 날까 기대가 돼서 빨리 내일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다. (내일은 참고로 월요일이다.) 예전에…
책책책 책을 읽어야지
오늘 지하철을 타면 책을 읽어야지 생각했다. 평소에는 운전하느라 다른 걸 못하는데 두 손이 자유로운 기회가 온 것이다. 약속 장소는 지하철로 30분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못해도 여러장은 읽겠구나 했으나 지하철을 타면서 우연히 뜬 영상만 보고 꺼야지를 시작으로 내릴 때까지 내내 영상만 봐버리고 말았다. 오늘이 처음은 아니었다. 대중교통을 드물게 이용하는데도,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뇌가 스마트폰의 편안함과 중독성에 너무 적응해버린 것이 아닐까. 유튜브, 인스타, 릴스 등등.. 짧은 시간만…
풋살일기8 – 공을 지키려면
오늘은 수비하는 법을 배웠다. 공을 앞에 놓고 상대는 내 뒤에서 공을 터치하면 되고 나는 그걸 막으면 되는 것이었다. 1:1로 그렇게 연습을 하는데, 포인트는 상대가 어딨는지 좌우로 계속 살피면서 빈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우선 빈틈을 주지 않는 건 차치하고 상대가 어딨는지부터 고개를 들어 봐야하는데 계속 공이나 바닥을 보게 된다. 아이러니한건 상대만 막으면 공은 무조건 지켜지는건데 내가 지켜야하는 게 공이니까 계속 공만 보면서 그 앞에서 지키려고 한다.…
한번만 더
요즘 꽂힌 노래가 있다. 싱어게인의 소수빈씨가 부른 '한번만 더'라는 노래다. 어떤 노래를 들어도 딱 꽂히지 않아 하염없이 다음곡으로 넘어가는, 노래 권태기가 가끔 찾아온다. 요즘이 그 시기여서 거의 음악을 안 들으면서 일했었다. 그런데 최근 이 노래를 알게 됐고, 덕분에 권태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노동요로 등극했다. 오늘도 들으며 일하다보니 3시간이 순삭됐다. 그렇다. 음악은 신이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 맞다. https://www.youtube.com/watch?v=Ht5Tcn2EpXs
결심은 실천으로
새해가 되면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던 것을 마침내 결심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옵티멀리즘'도 그 중 하나다. 집을 둘러보면 자주 쓰지 않음에도,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것들이 있다. '언젠가는' (요긴하게) 쓸 일이 있겠지 생각하며 뜨듯미지근하게 공존하던 것들이다. 이제 의미없는 동거는 멈추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많은 짐을 몽땅 정리하는 것은 아니고, 생활 패턴에 맞춰 하나씩 정리하면서 최적화를 할 예정이다. 오늘의 실천은 1인용 쇼파였다. 집이 홈피스로 변하면서 원래…
어장관리 당하는 자사서비스
서비스 BM 출시가 생각보다 당겨져서 체감상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갑자기 중요한 미팅이 더 코앞(?)으로 다가오고 미뤄지고 있던 프로젝트가 더더 코앞으로 왔다. 분명 자사서비스가 우선순위가 높은 게 맞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막상 실행되는 순서는 뒤로 밀리곤 한다. 이런 생각이 들면 다른 것들을 준비하다가도 우리 서비스로 돌아와서 맡은 QA를 하곤 하는데 다른 프로젝트들이 그걸 귀신같이 아는지 연락이 오고 해야할 게 생긴다. 오늘은 각각 하려고 했던 것들을 스위칭하면서 하느라 만족스럽게…
풋살일기7 – 약발 키우기
모든 선수들은 주발과 약발이 있다. 프로 선수들은 약발도 주발만큼 잘 쓰지만,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는 대부분 주발에 비해 약발의 능력치가 현저히 낮은 경우가 많다. 나도 그렇다. 오른쪽이 주발이고 왼쪽이 약발인데, 어느정도냐면 경기 중에 왼발로 패스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생각해보면 왼발은 아주 기본적인 패스 연습조차도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오른발도 아직 완벽히 쓰지 못하고, 연습할 게 많았기 때문이다. 근데 완벽하지 않더라도 양발을 균형있게 연습해야한다는 걸 최근에…
정성을 들이는 것
1평 남짓한 작은 김밥집이 있었다. 영미김밥이라는 곳인데, 나에게는 혁명과 같았다. 김밥 한줄로 식사가 해결되는 유일한 김밥이었기 때문이다. 영미김밥은 전에 다니던 직장 근처에 있어서 알게 되었는데, 한번 먹어본 이후로는 최소 주 1회는 무조건 영미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정도로 맛있고 든든하고 알찬 구성이었다. 최근 근처에 일이 있어 갔다가 생각나서 거의 5년만에 갔는데, 이제는 널널하게 앉아서 먹고갈 수 있는 규모의 가게가 되어있었다. 장사가 잘돼서 확장을 하신 것이다. 같이 일하는…
풋살 레벨업을 위하여
올해 목표 중 하나는 풋살 레벨업이다. 풋살을 시작한 지 거의 2년이 다되어가는데, 아직.. 내가 원하는 실력과 괴리가 크다. 원하는 수준은 패스를 정확한 방향으로 원하는 강도로 주는 것, 공 받을 때 어떤 공이든 제대로 컨트롤해서 내 영역안에 두는 것, 경기에서 자유자재로 쓰는 개인 기술 1개 익히기다. 작년과 비슷한 인풋이면 올해도 실력이 비슷할 것 같아서 우선 1분기 목표를 세웠다. 일주일에 2시간씩 연습을 하기로! 1분기는 13주니까 총 26시간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오늘은 필름업 앱 오픈을 목표했던 날이다. 여러 차례 핑퐁을 거쳐 수정을 다했고, 앱스토어에 올려서 전체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만 남았었다. 이미 수정사항은 테플에서 다 확인을 했으니까 크게 수정할 부분은 없겠지! 하고 빠르게 확인을 하려고 했지만 막상 확인을 시작하니 또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iOS부터 먼저 확인했는데 모두 잘 동작했다. iOS가 다 잘 됐으니 AOS도 이슈 없겠다 생각하며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QA를 하기 시작했는데, AOS에서 2-3개정도 수정할 부분을…
아빠생일
아빠 생신이라 오랜만에 가족이 다같이 모였다. 매년 같이 축하를 나누고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 지금처럼 오래오래 건강하게 유쾌하게 지내시면 좋겠다.
풋살일기6 – 루틴을 위하여
오늘은 유난히 습도가 높았다. 나는 영하 20도보다 습도가 높은 영하 3도에 훨씬 추위를 많이 탄다. 그 습한 기운이 뼈속까지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오늘은 손도 발도 계속 차가워졌는데, 발에 핫팩을 붙여도 뜨거운 물주머니를 안고 냉탕에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 목요일은 야외구장에서 풋살을 하는 날인데, 오늘은 하루종일 일도 많고 아직 할일도 조금 있고 날도 스산하니 추워서 스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갔다! 대신 하던 일을 좀 더 하다가 평소보다…
가꿔나가는 것의 즐거움
사무실 이사 후 야금야금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하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걸 시도해보고 있다. 이를테면 직접 디자인한 회사 명판을 제작한다거나, 회사 캐릭터가 들어간 아크릴을 인쇄한다거나 조금 감성적인(?) 느낌의 예쁜 벽시계를 사는 그런 것들이다. 소소하지만 원하는 것들로 하나씩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이전 사무실도 충분히 멋졌었는데, 왜 지금 사무실이 훨씬 더 아늑하고 좋을까? 단순히 미적으로 좋은 것을 떠나 우리가 원하는 것들로 정성들여 가꾼 공간이라 더 애정이 생기는…
영감은 어디에나 있다
인스타 릴스에서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어디서 영감을 받냐는 질문에 주변의 어떤 것이든 영감이 될 수 있다는 답을 했다. 괴물이라는 영화가 여느 영화처럼 몬스터가 등장함에도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괴물이 사람을 죽이지 않고 '운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컨셉은 우연히 디스커버리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펠리컨이 먹이를 죽이지 않고 운반하는 장면을 보고 구상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일반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고 지나치게되는 자연현상이지만, 봉준호 감독은 그 점을 '독특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일출을 기다리는 마음
해는 매일 어디서든 뜨지만 모두가 일출을 보는 것은 아니다. 일출을 준비하며 기다렸던 자만이 일출을 본다. 새해에는 그렇게 기다리는 것들이 생겼으니 더 부지런히 준비를 해봐야지.
데이브 더 다이버 완결
반년전에 한다고 했던 게임을 드디어 했다. 딱히 계기가 있는 건 아니고 계속 한다고만 말하는게 반복되니 이제는 끝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마침 일도 당장은 일단락 되어 주말에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없기도 했다. 게임을 키면 다이빙이 연상되는 BGM이 흘러나온다. 켜는 순간부터 시작이다. 음악을 듣기만해도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는것 같다. 옛날에 했던 기억을 되살려서 물고기 사냥을 몇 번 하니 금방 감각이 돌아왔다. 그리고 퀘스트를 깨기 시작했다. 메인…
함바그와 함박눈
오늘은 H의 모니터스탠드를 당근하기로 한 날이었다. 마침 당근 장소 근처에 H가 대학생 때 자주 다니던 함바그 집이 있다고 해서 들러서 저녁을 먹고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원래 함박스테이크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H가 다니던 곳이라고 하니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함박스테이크인데 달지 않고 고소했다. 내가 좋아하는 양배추 샐러드가 에피타이져로 나왔고, 함바그 위에는 계란 후라이와 감자채튀김(?) 같은 것이 얹어져나왔다. 개인적으로 음식의 밸런스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무지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