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하고 있는데 엄마로부터 온 한 통의 전화. 엄마 : 효영아 닭가슴살이 엄청 많이 왔는데 혹시 다 우리 거니? 나 : 얼마나 되는데? 엄마 : 장사하는 줄 알았어~ 맞다. 그 많은 닭가슴살들.. 다 내가 주문한 것이었다. 사진으로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도 더 많았다. (심지어 사진은 절반만 펼쳐놓은 것이다.) 많이 주문해서 냉동실이 큰 본가로 시켰는데도, 다 못 넣을 양이었다. 그래서 오늘 본가에 가서 절반을 덜어오는 웃긴 일이…
맥시멀리스트의 회고
얼마 전 사촌언니를 만났는데 바지가 마음에 든다며 구매처를 물었다. 사실 그 바지는 H의 것이었는데 매우 편해서 요새는 내가 더 자주 입고 있다. 언니한테 링크를 보내주며, 이 바지를 샀을 때가 떠올랐다. 코스트코에서 행사 중인 바지였는데, 평소 물건 사는 것에 감흥이 별로 없는 H가 잘 입을 것 같다며 색깔별로 쟁이자고 했다. 나는 일단 하나만 사서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또 오자며 대량 구매를 만류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같은…
아무튼, 첫 투자 미팅 2
#6. 대표님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우리는 사업이 완성됐을 때의 궁극적인 그림을 중심으로 장표를 구성했는데, 오히려 청사진보다는 당장 실현할 수 있는 시장에 집중할 것을 제안해 주셨다. SOM을 먼저 달성해야 TAM SAM을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SOM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에 집중하라고. (다만 이 부분은 투자사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도 말씀 주셨다.) #7. 팀 장표에서 CTO가 CEO보다 앞에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우리 회사명은…
아무튼, 첫 투자 미팅 1
어제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1. 미팅에 입고 갈 옷을 고르는데 한낮의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간다는 예보를 들었다. 나는 올해 땀샘이 열렸고, 반바지를 한번 입은 뒤로 긴 바지는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태였다. 차려입어야 하는데 무엇을 입을까. 마 재질 셔츠를 들었는데 H한테 후줄근하다고 반려당했다. 최종 복장은 긴 흰색 옥스포드 셔츠와, 긴 정장 바지로 결정됐다. 본가에서 가져온 스팀다리미를 개시했고 셔츠와 바지를 빳빳하게 다려 걸어두었다. #2. IR 자료와 회사소개서를 인쇄소에…
급한 마음은 연비가 낮다
H와 나는 같이 차를 타고 종로로 출퇴근을 한다. 내가 운전을 하고 곧 운전연수를 받을 예정인 H가 조수석에 탄다. 상암에서 종로까지 가는 길은, 특히 모두가 마음이 급한 출근길은 꽤나 험한데 옆에 탄 H가 불안하다고 얘기할 때가 자주 있었다. 앞차랑 너무 딱 붙어서 멈춘다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타이밍이 직전이라거나. 그럴 때면 나는 사고가 나지 않게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다며, H가 운전을 안 하니까 느끼는 타이밍이 다른 것일거라고 했다. H는…
잘 혼자가 되려고 하는 일들
1. 운동하기 운동은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영역이다. 오롯이 내가 몸을 움직여 해내야한다. 그래서 조금 고통스럽긴 하지만 잘 혼자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드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2. 글쓰기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나의 해석이고, 관계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또 누구에게도 침범받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면 결국 더 나은 선택들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12년째 쓰고 있는 노트
12년째 쓰고 있는 노트가 있다. '복면사과 까르네', 고2때 문구광이셨던 학원 선생님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고 있었고, 복면사과를 처음 썼을 때 좋은 느낌은 있었는데 무엇이 엄청 좋은지는 잘 몰랐다. 근데 희한하게 자꾸 손이 갔다. 어떤 필기구든 걸리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써졌다. 책등(?) 부분에 튀어나오는 게 없이 180도로 완전히 펼쳐져서 두 페이지에 걸쳐 달력을 그리기 좋았고, 만년필을 좋아해서 필사를 종종 했었는데 잉크가 안…
적당히는 쉽지 않다
오늘 열심히 뛰고 세 골 넣고 포상으로 더위 먹었으므로일기는 나의 골 장면으로 갈음한다. 회복 중---🧊 (전해질 소금 이온음료 섭취 중...)https://www.anhyoyoung.com/wp-content/uploads/2023/07/talkv_wtL8K5it5P_hScWr1HY1WkvW3QJQ35591_talkv_high.mov
얼마나 할 말이 많길래
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과 『이적의 단어들』을 샀다. 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에세이를 쓰고 책까지 내는 걸까. 일기를 쓰며 요 근래 인생에서 최고로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매일이 위기다. 글을 써 내려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전에 주제부터 생각하느라 하루 종일 주위를 살핀다. 이렇다 보니 가끔 꾀가 난다. 굳이 매일 쓸 필요가 있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다가 할 수 없어서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할 수 있지만 안…
나에게 사업은 운명이다.
1. 자라온 환경 아빠는 평생 사업을 해오셨고, 엄마도 예전에 사업을 하셨었다. 큰아빠, 친척오빠, 친척언니, 나의 친언니마저도 사업을 하고 있을 정도로 오히려 직장인이 드문 집안에서 자랐고, 자연스레 사업도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이템이 있고, 함께 만들 사람을 찾는다면 사업은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사업을 위험천만한 모험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흥하고 쇠할 때를 모두 경험하며 그 낙차가 얼마나 큰 지는…
Better late than never
오늘, 드디어 쉬지 않고 7.5의 속도로 20분을 달릴 수 있었다. 1분기에 꼭 달성하겠노라 세운 목표였다. 115일이나 늦었지만 목표의 마침표를 찍고 다음 목표를 세웠다. 3분기 목표 : 풀업 1개 성공하기 (지금은 겨우 매달린다)
마냥 재밌지 못했던 뮤지컬 시카고 후기
예전에 뉴욕에서 헤드윅 뮤지컬을 본 적이 있다.주인공이 차에 올라가서 거의 극 내내 아웃사이더 랩을 방불케하는 대사를 치는 뮤지컬이었는데,다들 박수 치고 웃을 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얼마 전 H와 퇴근하는 길에 뮤지컬 시카고 25주년 기념 내한 공연 포스터를 봤고,최애 뮤지컬 영화가 시카고인 H와 보러 가기로 했다.숙제가 생겼다.공연 전에 미리 시카고 영화를 보고 가야 했다.헤드윅 사태가 반복되면 안 되니까.그래서 이번 주에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4일에 걸쳐…
그냥 해
나는 정말 모든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다. 오늘도 마침 커리어리에서 알림이 떠서 들어갔더니, 링크드인 창업자와 딥마인드 창업자가 같이 AI를 만들어서 빌게이츠로부터 1조의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을 읽는데 그 옆에 추천 영상으로 책 '몰입'의 저자분의 인터뷰가 뜨는 게 아닌가. 내가 지금 커리어리를 읽고 있을 일이 아니라 몰입부터 해야 할 것 같아서 몰입 영상으로 넘어갔다. 다행히도 그 영상에는 몰입할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AFUZYe-rKo 황농문 교수님은 몰입하기 위해서는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고…
빅데이터를 공부하게 된 이유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경영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명언이다. 이처럼 측정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경영에서 중요한 과제인데, 그 방법 중 하나가 '데이터'이다. 그래서 데이터는 경영에 필수불가결한 리소스다. 빅데이터는 경영 전공 수업을 들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무려 '빅'한 데이터라니. 전능하게 느껴졌다. 그 뒤로 책, 강의, 논문, 뉴스 등 관련 있는 자료를 찾아봤고 다음소프트 부사장 송길영 님이 쓴…
내 세계를 확장하는 치트키
어제 필름업과 MOU를 맺은 영화제인 네마프의 행사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코로나를 겪으며 오프라인 행사가 새삼 더 어색한 것 같기도 하다. 영화제 심사위원분들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는데, 모두 영상, 영화 관련하여 오래 일을 해오신 분들이었고 나만 다른 전공의 사람이었다. (+정말 우연히도 MBTI도 나 빼고 모두 F셨다... MBTI가 생각보다 꽤 과학적인 것일까)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수십년간 쌓인 개인의 시간들이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은 마치…
하고 싶은 거 말고 해야 하는 거
어제는 글이 너무 안 써져서 '그간 미뤄둔 화장실 청소만 하자'라는 마음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면 머리도 맑아지고 글도 더 잘 써지겠지.라는 마법을 기대하며... 하다 보니 이것저것 더 할 게 눈에 보였다. 주말이라 여유도 좀 있는데 내친김에 밀린 집안일을 마무리 지어보기로 급발진(?)을 했고.. 옷 얼룩 제거, 주방 선반 정리, 청소기 필터 교체.. 대청소가 되어버렸다. 시간은 저녁이 되었고 뇌는 맑아지기보다 지쳐버렸다. 오늘의 중요한 일은 글쓰기였는데 머리를 식힌다는…
홈 스윗 홈
우리집 거실은 여전히 책상, 의자, 책장이 전부인 홈피스다. 사업을 시작하고 사무실이 생기기 전까지 집을 사무실로 꾸며 썼었다. 사무실 생기고 난 이후에도 어차피 집에 응접실이 필요하지 않아서 사무실로 쓰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스탠딩 데스크까지 마련하며 업무의 행동 패턴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일반 책상에서는 업무를 하다 허리가 아프면 집안일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방식으로 통증을 완화하는데 그렇게 되면 확실히 일의 흐름이 끊긴다. 이런 경우가 지속되면서 개선해야겠다고…
신뢰 자산의 힘
법인을 설립한 2020년, 그전에는 돈의 드나듬이 있을 때 셋이 각출하거나 나눠서 정산하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회사의 장부를 관리해야만 하는 의무가 생겼다. 우리가 세무/회계 업무를 다 처리하는 것보다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고, 초기 스타트업에 특화된 세무/회계 서비스를 찾아봤다. 검색을 하다가 H사를 알게 되어 서비스를 이용했었는데 일반 서비스와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해 약 5개월 만에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다음은 I사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장점으로는 카카오톡…
못 하는 거 마주하기
옛날에는 종종 일기도 쓰고 블로그에 글도 썼었다.공적인 글은 아니었고 주로 일상에서 느끼는 단상이나 감상에 대한 글이었다.나름 활자를 놓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며 활자보다 흥미로운 게 많아졌고자연히 읽고, 쓰는 것과 멀어졌다. 게다가 수필, 에세이 형식의 글은 목적이 없다고 느껴져서,일상이 바빠지면 주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사실 쓰이는 곳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매일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는 건 그동안 옵션에 없었다. 그랬었는데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다.심지어 매일 글쓰기. 엊그제 주간회의에서도 왜 써야 하는지 목적을…
회고를 하는 이유
최근 어떤 뉴스레터를 읽으며 '사후성'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일을 잘한다는 것> 이라는 책에서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으로 소개된 개념인데, 사후성이란 일이 발생한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나중에 회상하며 새롭게 해석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당시에는 의미를 잘 몰랐지만, 나중에서야 온전히 해석되었던 사건들이 떠올랐다. 일을 하다 보면 계획한 대로 흐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우리는(L,A,H) 복기형 인간들이기도 해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완.전.히. 소화가 될 때까지 되새김질을…
회계하라 회계하라!
나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경영학은 여러 세부 전공으로 또 나뉘는데 재무, 회계, 마케팅, 인사, 생산관리, 경영전략, 정보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이 중 내가 가장 선호하지 않았던 과목이 회계였다. 숫자 계산만 하는 게 지루하고 적성에 맞지 않았고, 그때는 시야도 좁아서 회계를 그저 '숫자 계산'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1원의 차이도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히 계산하는 것도 회계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보다 거시적으로 기업의 경영 활동을 보여주는 시스템이며 회사의…
Dave the diver
두세 달 전이었나 L이 'Dave the diver'라는 게임을 소개해 줬다.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초밥집을 운영하는 해양 어드벤처&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데보자마자 언젠가 한번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끔 들어가서 할까 말까 고민하고 괜히 L에게 게임을 시작했냐며 종종 묻곤 했는데...결국 L이 먼저 시작했다!그리고 나도 그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서 바로 결제했다. 왜 이 게임은 보자마자 하고 싶었을까? 허무하지만 그저 예뻐서이다...아날로그한 감성의 픽셀아트, 어딘가 모르게 로맨틱한(?) 그래픽...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느낌이랄까... 그러다 내가…